형사
[일요서울]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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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전문 강민구 변호사의 성범죄 상담]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公衆)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성폭력처벌법 제11조). 이 조항은 지하철, 버스 등의 대중교통수단이나 사람이 혼잡한 장소에서 자기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타인의 신체를 추행하는 범죄이다. 흔히 말하는 ‘지하철 성추행’이 이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특별규정이 형법에 규정된 강제추행죄와는 어떤 관계일까?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폭행․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여 추행할 때 성립되는 범죄인데 나아가 폭행 행위 자체가 추행 행위라고 인정되는 소위 ‘기습추행’도 이에 포함된다.
이 경우에서의 폭행은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는 이상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한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참조). 예컨대 노래방에서 놀다가 갑자기 뒤에서 끌어안아 유방을 만지는 경우 기습추행에 해당된다. 그런데 만약 지하철에서 그런 행위를 했다면 성폭법 제11조에 의해 처벌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형량인데 강제추행죄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인 데 반해, 성폭법 제11조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다.
결국 지하철 성추행범들에게 오히려 은전을 베푼 결과가 된다. 이러한 법의 불균형으로 인해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의 성립요건을 실무상 강제추행죄보다 완화해서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 역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의범만 처벌하는 것이므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강제추행죄로 의율할 수 있음에도 굳이 위와 같은 특별법을 만들어 형을 가볍게 규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입법이다.
지하철에서의 강제추행 역시 고의범이므로 과실로 인해 추행하게 된 경우는 처벌할 수 없다. 물론 여기서 고의란 미필적 고의도 포함된다. 따라서 예컨대 지하철 안에서 앞에 서 있는 여자의 엉덩이 뒤편에 손을 대고 있다가 지하철이 흔들릴 때 여자의 엉덩이가 손에 닿도록 유도하는 것도 미필적 고의에 해당할 수 있다. 반면 인파에 떠밀리거나 인파 속에서 하차하려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가다가 앞에 있는 여자의 유방을 실수로 만지게 된 경우에는 과실에 의한 행위로서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 상대방이 이를 추행으로 오인하여 신고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가장 난감한 상황인데, 침착하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정중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요즘은 이러한 대중교통수단에서의 성추행 사건이 만연되어 있어 경찰에서는 지하철 수사대가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있다. 지하철 수사대에서 범인을 검거할 당시 주로 보는 관점은 지하철을 바로 타지 않고 여러 차를 보내면서 목표를 물색하는 사람, 주위를 두리번거리면서 탐색하는 사람, 특정한 대상을 따라서 지하철을 타는 사람 등이다. 이러한 사람들이 포착되면 지하철 수사대는 그 사람을 집중적으로 관찰하다가 추행하는 순간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한다. 물론 범행 현장을 녹화하기도 하므로 어설픈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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